수시로 동그랗게 모였다…중대재해 1년간 0건, 이 기업 비결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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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현장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지난 26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현장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지난 26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조선업 특성상 갈수록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이곳에선 중국·베트남·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등 27개국에서 온 2400여명의 외국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새로 입사한 외국인 근로자에겐 이틀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입사 7개월이 되면 국적별 4시간 안전교육도 실시한다. 반기마다 특별안전교육도 진행된다.
“현장 위험 요소를 지적해줄 분 계십니까?” “블록을 보면 수직 사다리가 설치돼 있는데, 오르내리면서 미끄러워 떨어질 위험이 큽니다.”
지난 26일 방문한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선 선박 표면처리작업을 앞둔 작업자들의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와 ‘현장 위험성평가’가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개선책을 수립하는 제도다.
원청 직원 1명과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11명은 원으로 모여 그날의 작업 내용과 위험 요소를 함께 공유했다. 이날 새벽에 비가 내린 탓에 미끄러짐 위험에 대한 지적이 나왔고, 작업 도중 고정된 발판이 떨어질 수 있다거나 좁은 시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윗선의 일방적인 지시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 투입되는 당사자들이 직접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것이다.
1분기 재해율 32% 감소…“재해 사전 예측·관리”
현대중공업은 이날 진행된 ‘현장 위험성평가’를 비롯해 ‘정기 위험성평가’, ‘수시 위험성평가’ 등 총 3가지 유형의 위험성평가를 운영하고 있다. 정기 위험성평가는 일상 작업에 대해 반기 1회 정량적 평가로 이뤄지고, 수시 위험성평가는 비일상 작업을 시작하기 전 정성적 평가로 이뤄진다. 현장 위험서평가도 작업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정성적 평가로 진행된다. 현대중공업은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일일 사고예측 서비스와 안전작업요구권(작업중지권)까지 도입해 재해 방지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었다.이러한 노력이 더해져 최근 1년간 현대중공업에서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폭발 압력으로 개방된 철제문에 부딪혀 사망한 사고가 마지막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 1분기 재해율이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며 “위험성평가를 통해 중대재해가 사전에 예측되고 관리되는 조선소 만드는 데 앞장서 나가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400여명 외국인 근로자도 철저한 안전교육
이날도 울산조선소 부지 내에 위치한 통합안전체험교육센터에선 7개월차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크레인 관련 안전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사내 22명의 통역인원을 운용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안전교육 외에도 ‘불이 났어요’, ‘도와주세요’ 등 긴급 상황에서 간단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한국어 교육도 진행한다고 현대중공업 측은 밝혔다.
지난 26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통합안전체험교육센터에 걸려있던 한 작업자의 메시지 카드. 울산=나상현 기자정부 “중소사업장까지 위험성평가 확산”
정부는 위험성평가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사업장까지 확산시켜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지난 22일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고시)’를 개정해 모든 위험성평가 과정에 근로자들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은 간단한 점검표만 작성해도 되도록 규정하는 등 기업들의 부담을 최대한 낮췄다.이날 위험성평가 현장을 지켜본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이번에 개편된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원하청이 한 몸처럼 상생해야 한다”며 “원청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원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울산=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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