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좋게,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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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는 얻어먹어도 소고기는 얻어먹지 마라.”
직장 생활할 때 상사에게 들은 말이다. 삼겹살이야 얼마 안 하니 상관없지만, 소고기부터는 뇌물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소고기는 비싸고 귀했다. 요즘도 고급 한우집 새우살 식당 가격은 100g에 5만원이 넘기도 한다. 부담스러운 금액임에 틀림없다.
일본엔 소고기를 재료로 쓰는 야키니쿠란 음식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간 교포가 우리의 불고기를 변형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도쿄에서 소고기가 먹고 싶을 때 ‘야키니쿠 라이크’라는 매장을 방문한다. 얇게 썬 소고기 몇 점을 석쇠에 굽는다. 덤으로 양파 몇 조각도 올리고. 김치도 나오고, 미역국도 나온다. 밥은 양껏 먹을 수 있다. 그것도 580엔에.
도대체 누가 이런 사업을 구상했을까. 창업자는 니시야마 도모요시다. 1966년생인 그는 1986년 대학 중퇴 후 부동산 회사에 취직했다. 1990년대 들어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고, 어떤 사업을 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방문한 맥도널드에서 힌트를 얻었다. 감자튀김을 튀긴 지 3분 지나면 버리는 모습을 보고, “아깝게 왜 버리는가”라고 질문하자 “앞으로 수백 번 더 올 고객에게 식은 감자튀김을 줄 수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고객이 기뻐하지 않으면 사업은 성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친 셈이다.
당시 야키니쿠는 비쌌다. 이를 싸게 팔면 고객이 기뻐하지 않을까. 1996년 도쿄 산겐자야 지역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30석 규모의 야키니쿠 점포 문을 열었다. 아르바이트생이 고기나 쌈 채소를 날라주는 식당이었는데, 손님들이 고기를 다 먹으면 그제야 상추를 내주는 식의 아르바이트 실수가 빈번했다. 고객은 발길을 돌렸고, 하루 매상은 1만5000엔까지 떨어졌다.
니시야마는 ‘불만을 말씀해 주시면 300엔을 드리겠습니다’는 제도를 통해 고객의 소리를 들었고, 이를 반영했다. 1997년 점포 명칭을 ‘규가쿠(牛角)’로 바꾼 것도, 안테나 모양인 소의 뿔처럼 고객의 소리를 잘 들어 더욱 좋은 가게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본인 나이에 백억엔을 곱한 만큼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은 2005년 39세에 3900억엔의 매출을 달성하며 실현됐다. 이 회사를 2012년 매각한 뒤, 향후 어떤 사업을 할지 구상했다. 혼밥이 대세가 될 것이라 보고, 혼자 먹기 편한 야키니쿠집 ‘야키니쿠 라이크’를 2018년 8월 29일 오픈했다.
실제 혼밥은 글로벌 대세다. 우리나라도 점심시간에 혼자 식사하는 직장인의 비율이 2020년 32%에서 2023년 43%로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2023년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혼밥은 계속 늘 수밖에 없다. 편의점 도시락 매출 증가율, 가정간편식(HMR) 증가율도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1인 야키니쿠 식당에는 의외로 여성 고객이 많다. 보통 고깃집엔 남성 손님이 많은 편인데, 이곳은 여성의 비율이 70%. 환기 시설이 잘되어 있어, 옷에 냄새가 배지 않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윤이 남을까. 580엔짜리는 고기에 밥과 국 등이 포함된 세트 메뉴 가운데 가장 싼 금액이고, 객단가 평균은 1350엔(2021년 기준) 정도다. 회전율도 중요하다. 일본에서 잘나가는 라면집은 하루 18회전. 야키니쿠 라이크의 회전율도 비슷하다. 게다가 라면집은 평균 단가가 800엔(2021년 기준) 정도다. 자동 조리 설비 도입 등으로 매장에선 4명 정도가 그저 불판을 닦거나, 고기를 테이블로 날라 주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기술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나는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한다. 10년 뒤에도 고객은 낮은 가격과 빠른 배송을 원할 것이다.”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의 말이다. 싸게, 좋게, 빠르게’. 비즈니스 세계에선 영원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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