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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기업뒤엔 ‘매뉴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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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21회 작성일 23-02-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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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전자 ‘신변안전 수칙’ 덕에 레바논서 신속탈출
맥도널드, 햄버거 두께에서 쓰레기 처리까지 완벽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김아무개 차장의 컴퓨터에는 아침부터 ‘재고는 확인했느냐’ ‘거래처에 연락할 시기가 됐다’ ‘정기교육 신청을 하라’는 메시지가 주르륵 뜬다. 삼성은 2001년부터 자잘한 일상 업무를 상기시켜주고, 업무 절차를 알려주는 매뉴얼을 도입했다. “더 큼직한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외국에 갓 파견된 주재원의 업무적응 시간이 대폭 줄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엘지전자는 최근 레바논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서방 주요 기업보다도 빨리 이틀 만에 주재원 가족 6명을 전원 탈출시켰다. ‘차량 안에 송수신 가능한 무전기와 사이렌을 준비한다’ ‘출퇴근 코스를 자주 바꾸라’ 등 첩보원의 행동지침을 방불케하는 국외 근무자 신변안전 매뉴얼이 있었기 때문이다.생산 현장을 넘어 마케팅, 국외진출 등 기업 운영의 총체적인 노하우를 집대성한 매뉴얼로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외 사업에 활발한 기업들의 경우 ‘매뉴얼이 없으면 도태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업무의 매뉴얼화를 서두르고 있다.다국적 기업들 가운데 매뉴얼을 잘 갖춰놓은 대표적인 사례가 맥도널드다. 이 회사에는 매뉴얼만 5만개가 있다. 햄버거 두께에서부터 매장 색깔, 직원들이 건네는 인사말, 쓰레기 처리, 대외 협력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덕분에 초등학교만 나온 이라도 전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햄버거를 만들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특히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는 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이다. 회사가 급박한 상황에 빠졌을 때 이것은 빛을 발휘한다. 월마트는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발생했을 때 과거 허리케인 발생 지역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매뉴얼로 특정 물품을 넉넉하게 구비해 놓아 톡톡히 재미를 봤을 뿐 아니라 필요한 물품을 제때 공급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생명까지 살렸다’는 찬사를 들었다.

뛰어난 기업 매뉴얼이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쓰인 사례도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머크가 1899년 의사들에게 당시 존재하던 약품의 성능과 사용법, 각종 질병의 증후와 치료법 등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머크 매뉴얼’은 오늘날 18판까지 개정되며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달달 외워야하는 필수 서적이 됐다.

국내 기업들의 매뉴얼화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뉴얼 베끼기’공방전에서도 보듯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 등을 받기 위해 매뉴얼을 만드는 국내 기업들이 많지만, 형식적으로 작성된 매뉴얼은 실제 업무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매뉴얼 작성보다 직원들이 기존 방식을 버리고 매뉴얼을 따르도록 하는 게 더 어렵다”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매뉴얼 준수 여부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는 등 긍정적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작성한 고객 응대 매뉴얼이 수출돼 전세계 30여국에서 쓰이는 보청기 업체 스타키코리아의 심상돈 사장은 “초기에 집중적으로 매뉴얼을 집대성한 뒤 매주 회의 때마다 업데이트할 부분이 있냐고 물어본다”며 “실제 업무에서 꼭 쓰일 만한 실용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한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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